TV 드라마, 정신 질환 편견 바꾼다

TV 드라마, 정신 질환 편견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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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세계 1위, 행복지수는 수 년간 지속적으로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통계에도 불구하고 정신 건강과 관련한 치료를 떳떳하게 받고자 하는 한국인들은 많지 않다.

하지만 최근, 정신과 의사를 주인공으로 한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 방영 후, 정신 질환에 대한 인식 변화에 한 몫을 하고 있다고 한다.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인 지해수(공효진 분)는 겉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강박증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소설가 장재열(조인성 분)과 우연히 만나게 된 두 사람은 각자 가지고 있던 마음의 상처를 이해하며 사랑에 빠지게 된다.

매체 포화상태인 한국사회에서, 이 프로그램은 정신 질환에 관해서는 언급조차 꺼려왔던 사회적인 인식 변화에 적게나마 영향을 끼쳤다.

서울 소재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의 윤홍균 원장에 따르면, 드라마가 방영되며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늘었다고 한다. 윤 원장은, “드라마에서 강박증이라는 병이 소개된 후 자신도 그 병이 아닌가 해서 병원을 방문한 분들이 많았다”며, 특히 젊은 환자들이 문의가 증가했다고 한다.

이 드라마의 영향력은 ‘네이버’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지식in’ 코너를 통해 게재된 한 시청자의 질문 사항은, “이 드라마를 보기 전에는 우울증 치료를 위해 상담을 요청하는 것 자체가 안 좋은 것이라 생각했다”며, 현재 우울증으로 인해 직장을 그만 둔 상태라 덧붙였다. 또한 자신의 거주 지역 근처에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좋은 병원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보건복지부 산하 질병관리본부에서 조사한 2012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 성인 8명 중 1명(약 13%)이 최근 1년 간 2주 이상 연속적으로 우울한 감정을 느낀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한 우울증 등으로 정신 건강에 이상이 있는 환자가 10년 새 77%나 증가했고, 이 중 절반 이상이 자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다고 조사됐다.

정신 질환을 기피하는 현상은 한인 사회도 마찬가지 이다.

LA 코리아타운 소재 정신건강상담소 조나단 강 박사는 많은 한인 환자들이 정신 질환의 초기 증세가 훨씬 지난 시기에 병원을 방문한다고 한다. 강 박사는,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후 방문하는데, 이는 상태를 더 심각하게 하므로 증상이 발견되면 바로 병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 TV 드라마를 즐겨 시청하는 한인들에게도 이러한 드라마가 정신질환에 대한 편견을 바꿀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의료 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니스 김씨는 2010년 동성애 코드를 일부 다루며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예로들며, “그 드라마 방영 후 한국 내에서는 동성애에 대한 생각에 많은 의견이 분분했을지 몰라도 한인 이민자 특히 1세대 이민자들의 동성애에 대한 입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 드라마가 방영되기 10년 전인 2000년도에는 방송인 홍석천씨가 동성애자로는 처음으로 커밍아웃했다. 공개 초반에는 대중의 비난과 조롱에 시달렸지만, 12년 후인 2012년 케이블 프로그램인 ‘스타특강쇼’에 강연자로 출연해 성 정체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강연할 만큼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켰다.

그러나 정신 질환은 사정이 다르다.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정신과를 다닌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한다. 2011년 뉴욕 타임즈는 정신과 치료 기록을 숨기기 위해 진료비를 현금으로 결제하는 한국인들에 대해 보도했다.

정신 질환 치료를 거부하는 이유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병원에 입원될 수 있다는 것을 두려워 한다고 한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에서는 정신병을 앓는 남자 주인공이 강제로 입원되는 장면이 나온다. 주인공의 자살을 우려한 주변인들이 어머니의 동의를 얻어 그를 병원에 강제적으로 입원시킨다. 현재 한국 법에 따르면 보호자 두 명의 동의와 정신전문의의 진단이 있을 경우 환자의 의사에 상관 없이 병원에 강제적으로 입원될 수 있다. 현재 몇 국회의원들은 이를 바꾸기 위해 정신병원 입원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정신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윤 원장은, 방송 매체 속에 비쳐진 정신질환 환자에 대한 이미지는 간혹 환자들이 주류 사회로부터 고립되어야 한다는 이미지로 비쳐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간혹 정신 질환 환자들의 증상을 방송 개그 소재로 삼는 경우가 있는다. 윤 원장은, “일부 프로그램을 통해 나타난 묘사 방법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며, “이런 장면으로 인해 정신 질환에 대한 고정관념을 일으키고, 환자들이 자신의 병을 드러내지 않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드라마에서 정신과 의사 조동민(성동일 분)은, 이혼 후 받은 정신적인 상처로 인해 다른 정신과 의사에게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 정신과 의사가 상담을 받은 것에 대해 동료 외과의사가 비웃자, 조동민은 “정신과 의사가 상담 받으면 안 되나, 네가 만약 암에 걸리면 외과 의사가 암에 걸렸다고 비웃어도 되겠냐”며 반박한다.

이 드라마 시청자였던 양지은(22세, 울산 거주)씨는 이 드라마 시청 후 정신 질환을 치료 받는것에 대한 편견이 줄었으며,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질환이 있다면 고민 없이 치료를 받을 거라고 말했다.

양 씨는 “정신 질환이나 우울증이 나와 무관한 병이 아니라 내 주변 사람들도 흔히 가질 수 있는 병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